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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기는 어떻게 진화했나

비트코인 채굴기는 15년 사이 개인 PC의 CPU에서 수십 킬로와트를 먹는 반도체 기계로 바뀌었다. 이 페이지는 채굴기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ASIC 장비의 구조와 효율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집에서 한 대를 돌리면 실제로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를 정리한다.

채굴기란 무엇인가: CPU에서 ASIC까지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네시스 블록을 채굴할 때 쓴 장비는 일반 컴퓨터의 CPU였다. 당시에는 노트북 한 대로도 하루에 여러 블록을 채울 수 있었고, 채굴은 프로그래머들의 실험이었다. 누구나 채굴에 참여할 수 있었던 시기는 바로 이 CPU 시대다.

2010년부터 그래픽카드(GPU)가 무대를 바꿨다. GPU는 병렬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어 CPU보다 수백 배 빠르게 해시를 계산할 수 있었고, 게임용 그래픽카드 여러 장을 꽂은 '리그(rig)'가 개인 채굴의 표준이 됐다. 2011~2012년에는 전력 효율이 더 좋은 FPGA가 잠시 주도했지만, 이는 ASIC의 등장을 앞둔 과도기에 불과했다.

결정적 전환은 2013년의 ASIC이다. ASIC(주문형 집적회로,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은 오직 SHA-256 해시 연산만 하도록 설계된 맞춤 칩으로, 같은 전력으로 GPU의 수십 배 해시를 낸다. ASIC이 보급되면서 GPU·CPU 채굴은 수익성을 잃었고, 비트코인 채굴은 '특수 반도체 기계 산업'이 되었다. 오늘날 비트코인 채굴기라고 하면 ASIC 채굴기를 가리킨다.

ASIC 채굴기의 구조: 효율(J/TH)이 생존을 결정한다

ASIC 채굴기는 박스형 기계다. 내부에는 ASIC 칩이 박힌 회로 기판인 해시보드(hashboard)가 여러 장 들어 있고, 칩이 내는 열을 식히기 위한 대형 팬과 장비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장치(PSU)로 구성된다. 가동 소음은 대체로 70~75dB 수준으로, 대화가 어려운 정도라 거실·사무실에 두기 어렵다.

채굴기를 비교하는 핵심 지표는 효율(J/TH)이다. 1TH/s의 해시를 만드는 데 드는 전력량으로, 낮을수록 좋다. 2020년 세대 Antminer S19는 약 34.5 J/TH였고, 2024년 세대 S21은 약 17.5 J/TH로 절반 수준이다. 같은 전기요금을 내고 약 두 배의 해시를 얻는 셈이며, 이 차이가 그대로 채굴 원가의 차이가 된다.

효율이 생존을 가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채굴 수익은 '비트코인 가격 × 몫'이고 비용은 '전기요금 × 소비전력'이므로, 전기요금이 같아도 효율이 나쁜 장비는 먼저 적자 구간에 들어간다. 반감기가 지나 보상이 절반으로 줄 때마다 가장 비효율적인 기종부터 네트워크에서 꺼진다. 채굴기 시장이 효율 경쟁 하나로 수렴하는 구조적 이유다.

제조사와 대표 기종

비트코인 ASIC 채굴기 시장은 비트메인(Bitmain, Antminer 브랜드)과 마이크로BT(MicroBT, Whatsminer 브랜드)가 사실상 양분한다. 전 세계 채굴장의 대부분이 이 두 브랜드의 장비로 운영되며, 그 뒤를 카나안(Canaan, Avalon) 등이 잇는다.

대표적인 최신 세대를 보면 Antminer S21은 약 200 TH/s에 17.5 J/TH 수준이고, 상위 모델은 270 TH/s에 13.5 J/TH대에 이른다. Whatsminer의 M60~M66 계열도 비슷한 효율대에서 경쟁한다. 같은 모델이라도 가동 환경(냉각·전력 품질·고도)에 따라 실제 효율은 카탈로그 수치보다 나빠지므로, 구매 전에는 실측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개인이 장비를 확보하는 방법은 직접 구매와 호스팅 계약 두 가지다. 직접 구매는 장비를 소유하지만 배치할 장소·전기·소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호스팅은 저전력 요금 지역의 채굴장에 장비를 맡기고 전기료·운영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대신 원격지 장비의 신뢰성과 계약 리스크를 감수한다. 채굴업체 페이지에서 다룬 대형 사업자들은 이 구조를 산업 규모로 운영하는 셈이다.

집에서 한 대 돌리면 어떻게 되나

숫자로 따져 보자. 200 TH/s, 17.5 J/TH 기종의 소비전력은 약 3,500W다. 24시간 가동하면 하루 84kWh, 한 달에 약 2,520kWh를 쓴다. 한국 주택용 전기요금(누진 구간 포함, kWh당 대략 100~300원대)을 적용하면 전기료만 월 30만~60만 원 수준이다.

수익 쪽은 해시프라이스가 결정한다. 해시프라이스는 1PH/s를 하루 가동했을 때의 기대 매출로, 비트코인 가격과 난이도에 따라 수십 달러 안팎에서 크게 변한다. 0.2PH/s 기종의 기대 매출은 하루 몇 달러에서 십수 달러 수준인데, 앞의 전기료와 비교하면 가정용 요금으로는 적자가 되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산업용 전기가 kWh당 몇 센트 수준인 지역에서는 이 계산이 뒤집힌다. 채굴 산업이 싼 전력을 전 세계에서 찾아다니는 이유다.

전기요금 외의 장벽도 있다. 70dB 이상의 소음, 수십 킬로와트의 발열, 그리고 대부분의 아파트·오피스에서 허용되지 않는 배선과 화재 리스크다. 실제로 개인 채굴은 2013년 이후 대부분의 시기에서 '전기가 무료에 가까운 경우'가 아니면 장비 구매 대가를 회수하기 어려웠고, 같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해 보유하는 편이 수학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이 페이지는 채굴기 구매를 권하거나 만류하는 글이 아니다.

수명과 감가상각: 채굴기는 고장보다 시대에 뒤떨어져 죽는다

채굴기의 물리적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 팬과 전원장치를 교체하면 ASIC 칩 자체는 수년간 돌아간다. 그러나 경제적 수명은 훨씬 짧다. 더 효율적인 신형이 나오고, 반감기가 보상을 줄이고, 난이도가 오르면 구형 장비의 수익성은 빠르게 무너진다. 채굴기의 가치는 고장률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의 효율 차이'로 결정된다.

이 감가상각 구조는 중고 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신형이 출시되면 구형 기종의 중고 가격은 몇 달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지고, 살아남은 장비는 전기요금이 싼 지역으로 이동한다. 수익성이 남는 한 쓰이고, 남지 않으면 부품이나 폐기된다. 채굴기는 값이 유지되는 자산이 아니라 공구에 가깝다.

결국 채굴기의 발전사는 비트코인 보유 전략과는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채굴은 전기요금과 장비 효율의 경쟁이고, 비축은 시간과 인내의 경쟁이다. 참고할 점은 두 가지다. 대부분의 채굴업체는 채굴한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을 운영비 충당을 위해 매도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에게는 채굴기 구매보다 직접 보유가 구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출처 · 참고 자료

운영자 감마(Gamma)작성일 최종 수정일